Tuesday, January 13, 2015
불안한 30대
모두가 그랬듯이 우리 부모님도 풍족치 못한 시절에 자라서 자식만큼은 편히 자라게 해주고 싶었으리라...
열심히 살아주신 아버지 덕에 필요한것은 다 갖추고 살았고, 때와 시기가 맞아 유학도 다녀올수 있었다.
물론 절약은 한다고 하며 살았지만 그때는 내가 얼마나 소비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신경쓰지 않고 살았었다. 그저 심하게 불편하지 않은 그런 렌트방에서 필요한 재료들과 책은 부족하지 않게 사는 정도 였다.
재정이 좋아 지지 않으면서 조급한 부모님은 내가 바로 대학원을 가길 원하셨고, 미대생으로서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그렇게 많이 부족한 나는 대학원은 잘 마쳤고, 경력등을 이유로 가족의 귀국요청을 뒤로 하고 도시로 갔다. 돈이 너무 없었으나 벌기는 모두가 너무 힘든 2008년...지원해 보지 않은 업종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그런 험한 일을 못할 것 같아 보여서나, 외국인 이어서나, 나의 학벌이 높아서나, 그 도시안에서의 경력을 따지며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 전공 분야에서도 그랬다. 공모전이며, 레지던시며, 시도치 않아본 기관이 없는것 같다.
과외등으로 전전 긍긍하다가 지친몸과 마음으로 한국에 귀국 하자마자 집은 부도로 정신이 없었다. 엄마가 모아놓은 돈까지 30년 일궈온 회사 살리겠다고 쏟아 부으신 아버지의 어깨는 더할 나위없이 위축되어 보였다.
많은 사기와 배신, 상실, 공권력등의 회오리는 온 가족의 혼을 쏙 빼놓았다.
가족간의 불화도 늘었다. 가정 속 경제(그것이 적거나 많거나)의 유지가 얼마나 서로의 정신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겪었다.
여러 이유와 죄책감에 완전 독립한 나는 30대가 되어야 돈이 없음을, 돈이 없는 공포를 처음 느꼈다. 늘 난 물질적 욕심이 많지 않으니 없이도 잘 지낼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어린믿음은 현실에서 무너졌다.
삶의 그 모든 스탠다드를 내려야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다 잘 지켜지는건 아니여서 힘들고 같이 내려가는 자존감까지 붙드는게 힘들었다.
버릇과 익숙함들은 후회, 허탈, 허무감으로 돌아왔다.
있을때 먹는 칼국수는 순수히 즐기러 가는 거지만 없을때 가는 느낌은 또 다르다.
30대는 사회의 기대에서는 대리급, 과장급을 달고 저축을 하며 인생의 안정권으로 접어든다.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겠지.
난 통장의 잔고가 마이너스-제로-플러스를 한달에도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걸 본다.
랜트비가 몇십만인데 월세낼 시기에 통장에 단돈 몇 천원만 있을 때는 하늘이 샛노랗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도 사회가 원하는 30대, 가족이 원하는 30대의 길을 가지 않는 - 스스로 택한 길을 가는 나 로서는 부모에게 기댈 염치도 없고 형편상 그럴수도 없다.
여행과 사랑은 사치였고, 내 몸 하나 추스리고,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어찌어찌 5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그래, 지금껏 버티고 있는 나를 보면, 무엇이던 간에 어디로부턴가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생각이 든다.
항상 한 문이 닫힐때 굶어 죽지말라고, 작업 포기 하지 말라고, 또 다른 한 문이 열렸다.
세상은 열정과 능력만이 밥먹여 주지 않는 다는건 어려서 부터 알고 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런 기회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머니 말이 맞다. 다들 내 나이때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손자도 보여드린다.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난 참 이기적이다.
다 그만두고 취직을 해서 가족을 도울까 몇만번 고민했다. 난 장녀니까.
하지만 이뤄 온 모든걸 중단하기엔 그동안 너무 많은걸 걸었다. 시간, 돈, 열정, 내 청춘, 그리고 자아.
그렇게 예술을 하는것에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만 나아가던 내게 처음으로 내가 해오던 모든것들이 내가 스스로 파놓은 무덤 같았다.
무덤이 맞다. 땅굴 같이 긴 무덤. 빛이 잘 들지 않는 무덤. 혼자 좋다고 십몇년을 파놓은 무덤.
돌아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 감히 돌아가기가 너무 무섭다.
차라리 어디로 나올지 모르지만 계속 파고 가는게 낫다. 그게 내가 할수 있는 전부 이고 해왔던것들 아닌가. 무덤이 무덤이 아닌, 길이 되어 나 스스로를 인도 하는건 지극히 내 손에 달려있었다.
긴 어둠 속에서 어딘가의 밖으로 나와 빛을 보았을때, 거긴 어디일까? 누가 내 곁에 있을까? 난 그곳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나에게 올까?
중학교때 원래 없던 사람이 갑자기 돈이 생기면 잘 적응 하는데, 원래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이 없으면 적응하기 무척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난 그말을 참 오래 곱씹은 기억이 있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이 있던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라 생각했고, 그런것은 마음먹기 달려 있다고 믿었었다. 인생에 물질적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꿈이 평범함이었다. 굴곡이 없는... 원래 없는 것도 싫고 많은것도 싫었다. 그때 부터 난 늘 돈이 있다 하더라도-그래봤자 용돈- 삶의 언젠가는 그것도 없을 수 있음을 인지 하고 살았던것 같다. 돈이란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잠시 머무는 존재들 아닌가.
부모님의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내가 굳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살진 않았다.
그러나 커가면서 공부란 것을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겪고 보고 배웠다. 이것들은 돈이 든다.
이 가치들을 계속 영위 하려고 해도 돈이 든다. 난 어느새 얻은것들을 유지 하고 싶어하는, 과거에 내가 생각한 '욕심장이'가 되어있던 것이었다.
나이 30대가 되어서 다시 꿈꾸어 본다.
10대 때 상상하던 그 평범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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